야만왕국(영어: barbarian kingdoms)이란 민족대이동서로마 제국의 멸망을 전후한 고대 말기-중세 초기 시대에 북서유럽 및 지중해 세계에 세워진 왕국들을 말한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역사가들은 자신들의 고전 고대 문화에 속하지 않은 민족들을 야만하다(바르바로이)고 했는데, 그 민족들이 주체가 된 국가들이다.

기원후 476년경의 유럽 및 지중해.

야만왕국들 중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성공적이었던 국가는 프랑크인들의 프랑키아다. 4세기말 5세기초에 수립된 프랑크인의 왕국은 서유럽 거의 대부분을 장악하면서 중세 초기카롤루스 제국으로 진화했고, 그것은 다시 중세 성기신성로마제국프랑스 왕국으로 이어지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 밖에 중요한 야만왕국들로 5세기에 세워진 고트인들의 서고트 왕국동고트 왕국이 있다. 동고트 왕국은 550년대에 고트 전쟁으로 동로마 제국에게 재정복되었지만, 서고트 왕국은 8세기까지 지속되다가 우마이야조의 히스파니아 정복 때 무너졌다. 랑고바르드인들이 이탈리아반도에 세운 랑고바르드 왕국은 6세기까지 지속되다가 774년 프랑크인에게 정복되었다.

잉글랜드에는 수많은 앵글로색슨인 소왕국들이 난립했다(앵글로색슨 잉글랜드 시대). 알레만니는 3세기에 알레만니아 왕국을 세웠다가 496년 프랑크인들에게 복속되어 공국이 되었다. 그러나 이 주종관계는 상당히 명목상의 것이었고 알레만니아는 8세기까지 반독립적 지위를 누렸다. 반달인반달 왕국은 435년에서 534년까지 북아프리카 해안과 시칠리아섬에 존재했다. 부르군트인들의 부르군트 제1왕국수에비수에비 왕국도 5세기 초에 세워졌으나 각각 프랑크인과 서고트인에게 정복되었다.

동유럽 및 동남유럽에는 비게르만 야만왕국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훈 제국(370년–469년), 아바르 카간국(567년–822년?), 고대 대불가리아(632년–668년), 하자르 카간국(650년경–969년), 불가리아 제1제국(680년-), 볼가강 불가리아(7세기-1240년대) 등이 있다. 이들 동유럽 야만왕국들은 지속적으로 동로마 제국패권을 다투는 경쟁관계에 있었다.

야만왕국들은 고전시대 말기에서 중세시대 초기로 넘어가는 6-7세기를 특징짓는 정체들이라는 의의를 갖는다. 서로마 제국의 옛 땅, 특히 갈리아와 이탈리아에서는 로마식 행정체계가 점진적으로 형해화되어갔다.[1] 이 야만왕국들은 로마 제국의 포이데라티였으며, 서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에도 야만족 국왕들은 최소한 명목상으로는 동로마 황제의 신하였다. 그러다 6세기 후반 유스티누스 2세 때 동로마는 서유럽의 땅을 대부분 잃었고, 그 뒤 페르시아 및 아랍인들과 전쟁을 하기 바빠서 서유럽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졌다. 그러면서 야만왕국들과 로마 제국의 역사적 유대감도 약화되었다.

그 결과 7세기에서 8세기에 걸쳐 야만왕국들은 봉건제를 발달시켰고, 이것은 유럽의 중세를 특징짓는 제도가 되었다. 그리고 800년에 프랑크인의 왕 카롤루스 1세 마그누스가 서로마 황제의 제위를 부활시키고 카롤링거 르네상스지중해 세계와 구분되는 "유럽"이라는 지정학적 존재가 형성되게 되었다. 오늘날 사용되는 개념으로서 "유럽"을 낳은 주체가 야만왕국들이었던 것이다.

한편 동남유럽에서는 마케도니아 르네상스(867년-1056년)가 진행되었고, 시메온 1세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에게 불가르인의 황제(차르)로 공인을 받았다.[2][3] 서유럽에서 카롤루스의 칭제와 카롤링거 르네상스가 그러했듯이, 동남유럽에서 시메온 1세의 치세도 불가리아의 황금기로서 키릴 문자를 발명하는 등 슬라브족이라는 민족의 새 지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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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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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idner et al. (eds.), Making Europe: People, Politics, and Culture vol. 1 (2009), 198–203. J. Herrmann, E.- Zürcher (eds.), History of Humanity: From the seventh century B.C. to the seventh century A.D., UNESCO (1996), p. 255.
  2. Fine, The Early Medieval Balkans, pp. 144–148.
  3. Ostrogorsky, George (1935). “Avtokrator i samodržac”. Glas Srpske kraljevske akademije (세르비아어) (CLXIV): 95–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