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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돌 Apr 08. 2025

식빵 언니의 라스트댄스!!! 아쉽지만, 잘 가요!!!

"저는 기분 좋게 떠나겠습니다. 웃으면서 보내주세요!" 인터뷰 중.

한 시즌 동안 꾸준히 즐겨보는 스포츠는 거의 없다.

어릴 때는 운동을 직접 하는 걸 좋아해서 초등학교 땐 축구부에서 잠깐이지만 선수로 활동을 했었다.

(고향에 프로 축구팀 연고 구단이 있어서 실제 전용구장에서 시합을 뛰어 본 경험도 있다. 졌지만...)

야구도 동네 형, 동생들과 틈만 나면 하러 다녔다. 투수, 타자 가릴 것 없이 나름 실력이 괜찮은 편이었다.

그 시절엔 왜 방망이를 살짝 내려놓지 못했을까?

빠던이라고 해야 하나?

어쩌면 1990년대 초등학생 중에서... 특히 동네야구에서 빠던은 내가 제일 잘(?) 했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ㅎㅎㅎ

그땐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공만 치면 방망이를 뒤쪽으로 던지고 뛰어 나갔다.

남들은 대부분 뒤쪽으로... 그러니깐 내 등 뒤쪽으로 던지고 나가는데...

유독 나만 방망이를 포수가 앉아 있는 쪽으로 냅다 던지고 뛰어나갔다.

그 방망이는 어디에 갔냐고? 당연히 포수의 머리나 몸 쪽으로...

그래서 형들한테 혼도 많이 나고, 내가 타자로 들어설 때는 포수를 맡는 사람들 대부분이 멀찌감치

떨어져 앉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련한 추억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엄청 위험한 행동이었다.

아마 요즘 저랬다면 난리 났겠지???ㅋㅋㅋ 반성해야겠다.

아! 그리고 야구뿐만이 아니고... 동네에서 축구를 할 때는 자동차 사이드미러도 엄청 깨 먹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네. 두 개의 아파트 사이 공간에서 동네 형들과 같이 공을 찼는데...

공을 찰 때마다 유리창이나 사이드 미러를 꼭 하나씩은 깨어 부순 것 같다. 아마 그 수리비를 모았으면 지금쯤

부자(?)가 되어있지 않았을까? ㅋㅋㅋ

아... 이런 추억팔이를 하려고 쓴 글이 아닌데...


좀 전까지 TV앞에 앉아있다 왔다.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의 라스트 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4차전도 TV에서 봤는데, 정말 아슬아슬했다. 듀스에 듀스가 꼬리를 물고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이렇게 시청하고 있는 나도 조마조마한데 실제 선수들은 오죽했을까?

배구 챔프전은 총 5차전으로 치러지는데, 김연경 선수의 소속팀인 흥국생명이 1, 2차전을 내리 승리했기에

싱겁게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말 드라마 작가도 이렇게 쓰기 쉽지 않을 건데...

3, 4차전은 또 상대팀인 정관장이 싹쓸이해 버는 게 아닌가?

그리고 드디어 벌어진 마지막 최종전.


이 시합 또한 세트 스코어 2대 0으로 앞서고 있던 흥국생명이 3, 4세트를 내리 내주면서 결국에는

최종 세트인 5세트까지 치르게 되었다.

진짜 배구가 이렇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인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 같았다.

랠리가 쉼 없이 이어지기도 하고, 한점 한 점이 중요한 상황이기에 비디오판독도 많이 나왔다.

선수들과 감독, 관객들의 열기가 진짜 화면 밖으로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손에 땀을 쥐게 한 경기 최종 결과는...

15 대 13... 배구여제 김연경 선수가 속한 흥국생명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챔프결정전은 패자가 없는 게임이라 생각되었다. 상대팀의 투혼과 열정...

시합을 보신 분들이라면 이 말의 의미를 단번에 아시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대단한 시합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최종 우승이 김연경 선수의 소속팀으로 돌아간 점.

그냥 이 선수가 그동안 국가대표로서 국민들에게 기쁨과 자부심을 선사해 준 것들을 생각해 보면 마지막

피날레는 정말 화려하게 장식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응원을 하게 되었다.

김연경 선수는 한국의 배구 스타가 아니다.

아시다시피 전 세계를 통틀어 요즘 시대 배구 선수 중에 단연 '일인자', '세계최강', '배구의 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최고 선수이다.

소위 말하는 레전드...

그 레전드의 마지막 모습이 아쉬움의 눈물로 끝나게 되는 것 자체가 싫었다.

그래서 더 나름 간절하게 응원을 했던 것 같다.

결코, 이 덕분은 아니겠지만, 다행히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세상 제일 행복한 미소 띤 모습이었다.

이렇게...

배구를 같이 시작한 둘도 없는 단짝 친구인 김수지 선수와의 우승 세리머니!

진심으로 해맑고 밝아 보인다. 그리고 이제는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다.

웃으면서 보내주세요!

'드디어 끝났구나!'라는 걸 외치는 것처럼...

선수에게는 고난의 시간이기에 이제는 푹 쉬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스포츠를 좋아하고 아끼며 응원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많이 서운한 날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이...


중계를 하고 있는 선배 한유미 위원도...


"이제 더 이상 김연경 선수가 코트 위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없네요.

  그 마지막을 이곳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영광이라 생각됩니다."


라는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아마 이 멘트가 대다수 배구팬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레전드...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 스포츠에도 이런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특정 선수들이 몇몇 생겨난 것 같다.

축구에서는 박지성, 손흥민.

야구에서는 박찬호, 이승엽.

배구에서는 김연경.

농구에서는 허재.

피겨에서는 김연아.

(이건 내 기준에서 정한 거라... 큰 이견이 있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참고만 해주시길...)


이런 선수들이 도덕적인 겸손까지 겸비했다면 정말 금상첨화겠지만...

사람이기에 실력과 인성 모두를 완벽하게 갖추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만큼은 독보적인 선수들에게 우리는 레전드라는 호칭을 선사한다.

그리고 특히 한국에서는 레전드와 버금가는 호칭이 또 하나 있기도 한 것 같다.

바로 '국민ㅇㅇ'


이 레전드들 각자가 자신만의 영역에서 열심히 해주었기에 나 또한 잊지 못할 순간의 추억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스포츠를 통해 감동도 선사받아 봤고, 짜릿함도 느껴봤다.

그래서 더 아쉬운 하루인 것 같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레전드들도 분명 나올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레전드와 쌓아 나갈 추억보다...

이미 레전드인 그들과의 추억이 나에겐 더 선명하게 남아있고, 그리울 것 같다.

왜냐하면 동시대에 비슷한 연배로 지내온 의리라고 해야 될까?

그들은 나의 존재에 대해서 알지 못하겠지만, 왠지 모르게 계속적으로 그들과의 의리를 지켜나가고 싶다.


이제 은퇴를 앞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김연경 선수...

제2의 인생 또한 지금처럼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네요!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P.S 참고로 이 영상은...

     마지막 1점만큼은 김연경 선수가 끝을 내야 된다 걸 진심으로 바라는 동료 선수의 애잔함이 묻어나는...

     이 모습만 봐도 김연경 선수의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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