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
사대(事大)는 조선의 중국에 대한 외교정책을 상징하는 개념어로, 문자 그대로의 뜻은 강자를 섬긴다는 것이다.[1] 그러나 문자적 의미와는 별개로, '사대'라는 용어는 해석상 시기를 막론하고 일의적 의미를 지니는 표현이 아니었다.
어원
[편집]'사대'라는 용어는 중국 서주 시대에서 유래한 것으로, 유교 경전의 고전인 춘추좌씨전과 맹자를 통해 외교적 개념어로서 널리 알려졌다. 다만 두 고전에서 사대라는 개념어를 사용하는 용법에는 차이가 있다.[2]:66-67
예를 들어 춘추좌씨전에서는 "예(禮)란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고,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아끼는 것을 말한다.[禮也者 小事大 大字小之謂]"고 하여 '사대자소'(事大字小)의 원리를 제시했으나, 맹자는 "이웃 나라와 사귀는 데 도가 있습니까?"라는 제 선왕의 질문에 "오직 어진 사람(仁者)이라야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를 섬길 수 있으며,[惟仁者為能以大事小] … 오직 지혜로운 사람(智者)이라야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섬길 수 있습니다.[惟智者為能以小事大] …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를 섬기는 사람은 하늘의 이치를 즐거워하는 자요,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섬기는 자는 하늘의 이치를 두려워하는 자이니, 하늘의 이치를 즐거워하는 사람은 천하를 보전하고, 하늘의 이치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그 나라를 보전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여 '사대'(事大)와 '사소'(事小)의 원리를 함께 제시하였다.[3]
해석
[편집]조선 시대의 '사대'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 오늘날 널리 알려진 해석은 그것이 실용주의적 관점에서의 외교정책이므로, 단순히 주체성 없이 강대국을 섬기는 태도에 대한 식민사관의 멸칭인 '사대주의'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4] 이러한 해석은 해방 후 1950년대 말부터 식민사관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사 학계의 노력에 의해 추동된 것으로, 1960년대에 서양의 봉신국과 중국의 책봉체제를 구분하려는 미국 동양사학계의 접근방식에 영향을 받아 1970년대부터 본격화된 것이다.[5]:295-299
한편으로 '사대'라는 용어는 '교린'(交隣)이라는 호혜적 관계를 뜻하는 용어와도 종종 함께 사용되나, 이는 조선 시대에 사용되는 의미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교린은 조선 전기까지도 그다지 널리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었고,[3] 사대에 비해 외교원리로서의 중요성이 떨어졌음에도 후대의 학자들이 대중관계 이외의 조선의 외교정책을 설명하는 개념어로써 재발굴해낸 것에 가깝다.[5]:303-304
같이 보기
[편집]각주
[편집]- ↑ “"사대6(事大)"”. 《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 2024년 3월 19일에 확인함.
- ↑ 김, 기연 (2021). “사대(事大)·사소(事小)의 정치사상:『춘추(春秋)』에서 『맹자(孟子)』로”. 《한국정치연구》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 30 (2): 63-92. doi:10.35656/JKP.30.2.3. 2023년 3월 19일에 확인함.
- ↑ 가 나 “사대교린,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우리역사넷》. 국사편찬위원회. 2024년 3월 19일에 확인함.
- ↑ 이, 선민 (2010년 1월 31일). “[태평로] 사대(事大)와 사대주의(事大主義)”. 《조선일보》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2024년 3월 19일에 확인함.
- ↑ 가 나 정, 다함 (2011). “'事大'와 '交隣'과 '小中華'라는 틀의 초시간적인 그리고 초공간적인 맥락”. 《韓國史學報》 (고려사학회) (42): 287-323. 2023년 3월 19일에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