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관광은 자연에 잠시 묻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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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14. 오후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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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퀘어]둑 없이 습지, 갯벌, 사구 등 잘 보존된 네덜란드 오스트카펠러 오란예존을 가다
2024년 2월12일 네덜란드 제일란트주 오스트카펠러 해변에서 한 가족이 연날리기를 하고 있다. 그 뒤로 여유롭게 산책하는 관광객들이 보인다.


바닷가에 사람들이 거닌다. 한적하고 느긋하다. 폭만 100여m 되는 넓은 모래사장 덕에 더 여유가 느껴진다. 그 모래사장을 반려견들이 누빈다. 반려‘조랑말’도 있다. 아이들은 바닷바람에 연을 날렸다. 보이는 건 바다와 모래, 들리는 건 바람 소리였다. 사람들은 잠시 자연에 묻어갔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해변 뒤쪽에는 카페도 식당도 없었다. 수백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모래언덕(사구)이 있을 뿐이다.

네덜란드 제일란트주 오스트카펠러 마을 북쪽 끝에는 ‘오란예존’(Oranjezon)이라 부르는 자연보호구역이 있다. 아주 옛날 이곳을 소유했던 오라니언(Oranien) 왕자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마을 끝을 지나 이곳에 다다르면 울창한 소나무숲이 보인다.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금세 평평한 들판이 펼쳐진다. 산사나무와 블랙베리도 눈에 띄었다. 사슴이 주로 서식하는 공간이다. 그 들판 끝에 1200~1700년에 만들어진 사구가 있다. 여길 넘으면 해변이다.

2024년 2월12일 오전 이곳을 찾았다. 월요일이지만 벌써 오란예존 입구의 주차장 절반이 찼다. 마을에서 걸어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는 관광객도 많았다. 여기는 독일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독일 관광객도 많이 온다. 아이들과 함께 해변을 찾은 스벤야 게오르크(43), 슈템레 슐테(42) 부부도 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 독일 쾰른에서 왔다.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슐테는 “자연이 잘 보존됐고 아름답다”며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매년 오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오스트카펠러는 연간 5만여 명의 관광객이 오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은 2500여 명에 불과하다. 주민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는데 숙박업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오스트카펠러에서 교직 생활을 하다 은퇴한 다비드 헤브저(74)는 관광안내소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그는 “여긴 둑이 없기 때문에 습지나 갯벌, 사구 등이 잘 보존됐다”며 “주로 자연친화적 관광객이 많다. 자연과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라고 말했다.

오스트카펠러의 모래 해변에서 반려동물들과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오스트카펠러 시내 관광안내소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다비드 헤브저(74). 지역에서 교직 생활을 하다 은퇴한 뒤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오스트카펠러 해변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 독일 관광객도 이 지역을 많이 찾는다.


독일 쾰른에서 온 슈템레 슐테(42·왼쪽)와 스벤야 게오르크(43) 부부가 아이들과 해변가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다.


2024년 2월17일 독일 장크트 페터오르딩 염습지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 염습지는 신생 사구와 오래된 사구 사이에 있다.


독일 장크트 페터오르딩 모래사장을 거니는 사람들. 반려견 목줄을 풀 수 없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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