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사기 혐의 적용되려면 '기망' 행위 있어야 하는데…용도 속여 빌렸다면 기망 인정"
"처음부터 '도박자금 필요하니 빌려 달라' 했으면 못 받았을 것…무난히 사기 성립"
"SNS 통해 혐의와 잘못 인정한 점 및 일부 채권자에 채무 변제한 점 참작될 수도"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한 민원인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청한 이진호의 상습도박, 사기 혐의 수사 의뢰 건을 접수해 입건 전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서 수사2과에 사건이 배당됐다"며 "민원 내용을 들여다본 뒤 정식 입건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진호가 직접 불법 도박 사실을 털어놓은 만큼 경찰도 곧 정식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민원인은 이날 온라인 상에 글을 올려 자신이 직접 전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진호는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으로서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미 수많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가 불법 도박에 연루돼 대중에게 큰 실망을 안겼으나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진호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2020년 인터넷 불법 도박에 손을 댔다"며 "죽을 때까지 빚을 변제할 생각이다. 경찰 조사도 받고 제가 한 잘못의 대가를 치르겠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진호가 동료 개그맨 이수근 등에게 어머니가 아프다는 핑계로 돈을 빌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올해 4월 한 예능에 출연해 "어머니가 대장암 말기였지만 최근 거의 완치돼 건강하게 돌아오셨다"고 언급한 사실과는 상반되는 주장이다. 이진호는 또한 이수근 외에도 방탄소년단(BTS) 지민과 영탁, 하성운 등 연예인들과 대부업체 등에 약 20억원대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특히 이진호처럼 돈을 빌리면서 용도를 속였다면 기망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용도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 이진호는 주변인들에게 '어머니 병원비가 필요하다'고 속여 돈을 빌린 뒤 불법도박 자금에 쓴 것으로 알려졌는데, 애초에 ‘불법도박에 쓸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을 경우 빌려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에 사기죄가 성립할 것"이라며 "경찰의 내사 후 입건 및 검찰 송치가 이뤄지면 무난히 기소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검사 출신 임예진 변호사(아리아 법률사무소)는 "처음부터 돈의 용도를 속인 기망행위가 있었던 만큼 사기죄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보여진다"며 "특히, 사기로 5억원 이상의 재산상 이익이 발생할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을 적용할 수 있는데 이진호가 빌린 금액이 20억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형량이 더 세져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또한 도박죄 처벌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진호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마다 사안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단순 채무불이행이냐, 사기죄냐가 갈릴 수 있다. 만약 자신은 손해 본 것이 없고 용도를 떠나 처음부터 단순히 호의로 빌려준 것이라고 진술한다면 사기죄 구성이 어려울 수 있다"며 "또한 SNS를 통해 혐의와 잘못을 인정한 점, 가수 영탁 등 일부 채권자에게 채무를 변제한 점 등이 양형에 참작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