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 숏폼 질렸다 … 진득한 롱폼 찾는 MZ
올해 트렌드 무해력과도 통해
배우·K팝 가수 스타 마케팅에
신개념 광고 플랫폼으로 각광
단 걸 먹으면 짠 게 당기듯 자극적인 맛만 먹다 보면 순한 맛도 당긴다. 정신없이 짧은 것들을 넘기다 문득 진득하고 긴 것이 시선을 사로잡을 때도 있는 법이다. 콘텐츠 업계에 'MZ 세대 문법'으로 통하던 숏폼 유행이 어느덧 '롱폼' 성장으로 옮아붙었다. 단발적이고 쉽게 휘발되는 짧은 콘텐츠뿐만 아니라 1시간 내외 긴 콘텐츠들이 높은 조회수를 올리면서 인기다.
최근 가수 겸 음악감독 정재형의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는 블랙핑크 제니, 방탄소년단(BTS) 제이홉 등 유명 K팝 스타가 잇달아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새로 발매한 음반과 공연을 홍보하는 1시간 내외 토크쇼로, 정재형의 집에 초대돼 그가 해준 요리를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제이홉은 "팬분들이 좋아하시는 채널인 데다 너무 편하게 대해 주셔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다. 방송인 유재석의 '뜬뜬', 신동엽의 '짠한형', 나영석 PD의 '채널십오야', 장도연의 '살롱드립', 혜리의 '혤스클럽' 등 베테랑 방송인이 진행하는 이른바 '유튜브 토크쇼'가 대세다. 대체로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 분량으로, 초·분 단위로 끊는 '숏폼'에 비하면 이른바 '미드폼' '롱폼'으로 길다. 배우 이병헌이 영화 '승부' 홍보를 위해 출연한 '짠한형'은 1시간 분량임에도 열흘 만에 370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뜬뜬'에선 유재석과 황정민, 지석진, 양세찬 등 4인의 베트남 사파 여행기 '풍향GO'를 아예 한 편당 1시간10분~1시간50분 분량으로 올렸는데, 업로드 4개월 차인 현재 5편 시리즈의 누적 조회수가 4056만회에 달한다.
방송인들의 유튜브 진출 흐름을 타고 기존 유튜버들의 영상도 점점 길어지는 추세다. 200만명 구독자를 보유한 여행 유튜버 '곽튜브'의 경우 3년 전엔 한 영상 길이가 20분을 넘기지 않았는데, 최근엔 30분은 기본이고 50분짜리 영상도 자르지 않고 올린다. 호주 거주 생활을 공유하며 인기를 끈 구독자 80만명의 유튜버 '해쭈'는 일상 브이로그를 40분 넘는 분량으로 올리는데도 수십만 회의 조회수를 확보했다.
소소한 영상들이 기승전결 없이, 자극적인 편집 없이도 시청자에게 소구하는 건 올해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인 '무해력'과도 통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책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선 이 단어를 작거나 순수한 것이 사랑받는 현상, 내게 어떤 스트레스도 주지 않고 굳이 반대하거나 비판할 생각도 들게 하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해석했다.
장기화한 탄핵 정국과 경기침체 등 정치·경제적 불안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유 시간만큼은 재고 따지지 않는 느긋함을 추구하게 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요즘은 시청자들이 콘텐츠 선택 자체에 피로도를 느끼는데, 롱폼 예능은 틀어놓고 편하게 볼 수 있고 집중할 필요도 없어 부담이 적다"고 했다. 또 "미디어 소비는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여가 생활이라 불경기일수록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유튜브 예능은 TV 방송이나 드라마·영화보다 쉬운 선택지다. 진행자가 수 분을 할애해 직접적으로 상품 광고를 해도 지상파 방송 대비 규제가 적으니, 광고를 붙이고 제작비를 확보하기도 수월한 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 유튜브 광고는 한 회 노출에만 1억원 이상으로 단가가 형성돼 있다"고 귀띔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 국내 최대 OTT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도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먼저 넷플릭스는 지난 2월부터 요일별로 짧게는 20분, 길게는 50분 분량의 예능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일일 예능' 편성을 선보였다. 양우연 넷플릭스 콘텐츠 비즈니스 부문 디렉터는 "식사 시간이나 잠들기 전,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편안한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나 이달 공개 예정인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도 '무해력' 키워드를 관통한다. CJ ENM 측은 '슬의생' 등 라인업에 대해 "단순한 오락을 넘어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요소로 무장했다"고 밝혔다.
[정주원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파면’ 윤석열, 경호 제외 대통령 예우 박탈…서초동으로 - 매일경제
- “‘패배’라 부르며 조롱, 욕하는 게 재미있나”…빅뱅 승리, 심경고백 - 매일경제
- 尹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안타깝고 죄송”…승복 메시지 - 매일경제
- “이제 대세는 비트코인 아닌 이것”…부자아빠 ‘5만원 곧 30만원 된다’ 호언장담 - 매일경제
- [단독] “제 성관계 영상이 올라와 있어요”...정신나간 속도로 번지는 불법촬영물 - 매일경제
- 스마트폰의 ‘이 기능’ 끄고 지내면 뇌가 10년이나 젊어진다… 뭐길래? - 매일경제
- “아이폰 333만원, 누가 사겠어?”...트럼프 관세 폭격에 삼성전자 반사이익 전망도 - 매일경제
- 조기대선 준비기간 두달...후보 선출 한달내로 끝낼듯 - 매일경제
- 尹 ‘월 1534만원’ 연금·현충원 안장 예우 박탈…경호는 일부 유지 - 매일경제
- ‘이렇게 커리어 꼬이나?’ 정우영, 발목 부상 → 시즌 아웃…“최악의 상황, 완전 이적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