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폐활량' 아세요? 오늘부터 무방비 독서 실천합니다

김남정 2025. 4. 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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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책 <무지의 즐거움> 을 읽고

[김남정 기자]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시대다. 입시나 취업을 위한 '배움'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자기가 목표한 것에 가기 위해 지적 흥분 없이 배우기 때문이다. 반면에 틀에 메이지 않고 스스로 공부거리를 찾는 사람은 주위의 모든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지적 흥분으로 이어져 능동적 배움이 된다.
▲ <무지의 즐거움> 저자: 우치다 타쓰루 / 유유 출판 책표지 사진
ⓒ 네이버 도서
책 <무지의 즐거움 > < 24년 11월>은 '거리의 사상가'라 불리는 우치다 다 쓰루와 그의 책을 번역하고 출판한 번역작가 박동섭 작가의 대담 형식이다. 읽는 내내 직접 강연장에서 선생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지식과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공부 거리를 찾아야 하는가, 문해력 논란의 세상에서 읽고 쓰는 기초 능력을 다지는 방법 등 한국 사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꾸준히 결과물을 내는 사람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매일 '판에 박은 듯한 일과'를 반복합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려면 그 이외의 일은 가능한 한 매일 똑같이 반복하는 편이 좋으니까요.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길을 걷는 것입니다. 길거리에 싹 튼 꽃, 바람에 날리는 마른 잎, 모퉁이를 돌았을 때 뺨에 느껴지는 바람의 온도차 같은 것으로 사계의 변화를 느끼는 겁니다.다른 조건을 모두 똑같이 해 두지 않으면 변화를 감지할 수 없습니다. 과학 실험도 똑같습니다.

작가는 이런 식으로 요즘 많이들 강조하는 '루틴'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쉽게 전한다. 동일한 하루 생활 안에서 작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깊은 사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심플하고 단순한 일상이 나를 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칸트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산책해 이웃들이 칸트를 보고 자신들의 집 시계를 맞췄다고 한다. 이런 칸트의 행동이 정확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조건을 똑같이 한 경우 뇌의 변화를 감지하고자 한 궁리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저자는 무턱대고 많이 읽고 배우는 것이 지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자료사진).
ⓒ alexisrbrown on Unsplash
물론 모든 사람들이 루틴을 지킨다고 결과물의 양이 늘어날 거라고는 확신할 수는 없다고 한다. 다만 내 안의 무언가를 창조 하려면 자기 안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지적 성장이라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가에 관한 앎' 에서부터 시작이다.

저자는 무턱대고 많이 배우는 것이 지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나의 부족한 부분이 뭘까에 대한 고민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이것이 지식일 수도 있고, 타인에 대한 배려 일 수도 있고, 공감 능력 일 수도 있다.

자신을 정체된 곳에 가두지 말고 어색하더라도 낯선 곳에 자신을 두고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을 낯선 곳에 두는 연습을 하면 그 낮섬이 어느새 익숙함으로 변하는 것을 발견한다면 그것이 지적 성장이라고 말한다.

독서에는 세 단계가 있지요. 난독 > 체계적 독서 > 자신을 내려 놓는 독서 > , 즉 무방비 독서. 무방비 독서는 난독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체계적 독서 단계를 거치고 나면 읽을 가치가 있는 책과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을 구별할 만큼 안목은 생깁니다. 그 덕에 난독이 되지는 않습니다.

활자만 읽어 내는 독서가 문해력 논란이 된다. 어린 학생들은 부모가 요구하는 독서량을 채우기 위해 수동적 독서를 한다면 책 읽는 노동이 된다. 문장 안에 들어 있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느린 독서가 필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내가 읽는 책의 저자를 가상의 멘토로 삼아 나의 무지를 인정하며 읽는 방법이다. 책을 읽으며 질문하고 이해하고 깨닫는 독서.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어떤 책이 유익한지 아닌지를 스스로 구별할 줄 아는 자신을 내려놓는 독서가 된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고서야 그래서 책의 제목이 <무지의 즐거움> 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읽는 힘이란 '공중에 매달릴 수 있는 능력' 을 의미합니다. 어려운 말일 수 있지만, 이는 일의적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은 개념을 포함하는 논고를 계속 읽을 수 있는 힘을 뜻하고, 다른 말로 '지적 폐활량' 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지적 폐활량이 풍부하면 '미결정' , 즉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를 견디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지적 폐활량' 이란 단어가 몰입감 크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며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을 끝까지 견디며 읽어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나도 철학서나 심리학 책을 읽으며 이게 무슨 말이지. 하며 고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런 경험을 작가는 '공중에 매달릴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나도 지적 폐활량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성' 이란 집단적으로 발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집단 안에서 활발한 대화가 오가고 이론이 난무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 '지성의 작동' 이고, 이런 일은 개인 혼자서는 좀처럼 달성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지성인이냐는 '그 사람 덕분에 주변 사람의 지성이 활성화되고, 그 덕에 새로운 시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는 상태'가 생기는지 아닌지로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집단지성은 활발한 대화가 밑바탕 되어야 한다. 가부장 사회였었던 과거 우리나라는 집안 대소사는 항상 집안의 어른 몫이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사회도 가족 내 대화를 통해 유연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개인 혼자는 지성의 작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어떤 일에 대해 기준을 세우지 않고 대화를 통해 다 같이 합의를 이루어 나가는 사회. 이런 사회에는 사람과 사람의 대화를 통한 아이디어가 방출되고 집단지성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배운다'는 것의 의미, 다른 사람이 되는 것

'배운다' 는 것은 한마디로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지적 성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현대인은 아마도 지식의 양적 증대를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배움'이 아님니다. 배운다는 것은 '그릇'이 바뀌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고학력 시대, 우리는 남들보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 넘쳐난다. 많이 알고 있어야 인정받고 평가받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배움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알고 새로운 앎을 행하는 열린 자세를 말한다.

자신이 고학력자라는 타이틀에 갇혀 있기를 고집한다면 모르는 것도 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모른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앎을 개척해 나가야 자유롭게 사고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도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여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알고 있음'에 대한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날 때 진정한 창의력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무지의 즐거움>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알고 있음에 대한 믿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새로운 것에 대한 질문과 관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나도 오늘부터라도 저자가 권하는 오픈 마인드로 무방비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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