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누구에게나 함께 하고 싶지 않은 동반자가 있다.

요즘 날씨가 참 이상합니다. 초여름처럼 덥다가 갑자기 다음 날은 눈, 비가 오기도 하고 다시 겨울 옷을 꺼내 입어야 하니 말이죠. 예측 불가능한 골프만큼이나 날씨 역시 예상이 어려운 요즘이네요. 그래도 골프 시즌이 다가온 만큼, 오늘은 골프 매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동반자가 필요한 스포츠 - 골프

골프는 물론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모든 라운드에 동반자가 함께 하게 됩니다. 반드시 4명의 성원을 구성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엔 '조인'이라는 방식을 통해 다른 사람과 함께 라운드를 하기도 하지만, '동반자'와 함께 하는 스포츠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동반자와 함께 할 것인지는 꽤나 중요하죠. 골프에 있어서 '멘탈(Mental)'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함께 하는 동반자가 어떤지에 따라서 나의 게임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누구와 함께 플레이하는지에 따라서 스코어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좋은 영향보다는 나쁜 영향으로 말이죠.

좋은 동반자들과 플레이하는 것은 골퍼들에게 하나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함께 하고 싶지 않은 동반자의 유형들

지난 몇 번의 칼럼을 통해 소개해 드린 바 있는데요. 결국 좋은 동반자란 '함께 하고 싶은 동반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함께 치고 싶지 않은 동반자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스코어의 문제가 아니라, 에티켓과 매너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접대 골프라고 말하는 영역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관계의 개선 등을 목적으로 라운드를 했는데, 오히려 상대방에게 안 좋은 인상을 남길 수가 있는 것이고, 이러한 사람과 '다음 라운드'를 기약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그러니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려면, 라운드에서도 좋은 동반자가 되어야겠죠.

골퍼들마다 함께 하고 싶지 않은 동반자의 유형이 다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크게 3가지 부류의 '비매너' 골퍼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에티켓을 무시하는 "노 매너 골퍼" - 골프의 기본 규칙과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동반자입니다. 볼을 몰래 좋은 위치로 옮기거나, 스코어를 축소 기록하고, 다른 사람의 플레이에 방해가 됩니다. 게다가 그린의 볼 마크를 수리하지 않고, 벙커를 정리하지 않는 등 코스 관리에도 무신경하죠. 원하지 않는 조언을 하며, 멀리건을 남발하며, 1미터 이상 거리가 남아도 퍼트를 대충 마무리하며 과도하게 타수를 줄입니다. 골프의 자율성과 정직함이라는 핵심 가치를 훼손하는 이런 동반자와의 라운드가 즐거울 리가 없습니다.
과도하게 느린 "페이스 킬러" - 한 샷을 위해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소비하고, 수많은 연습 스윙 후에도 결국 평범한 샷을 하는 골퍼들입니다.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준비가 안 되어 있거나, 그린에서는 퍼팅을 위한 루틴이 과도하게 길기도 합니다. 아니면 캐디가 브레이크를 읽고, 볼을 그린 위에 놓아줄 때까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전체 라운드 속도가 느려지고, 개인의 페이스를 잃게 만듭니다.
감정 조절이 안 되는 "분노 골퍼" - 실수에 대한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는 골퍼입니다. 샷이 잘 되지 않을 때마다 클럽을 던지거나, 땅을 내리치고, 큰 소리로 욕설을 내뱉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에너지는 다른 동반자들의 멘탈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좋은 플레이에 대해 시기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골퍼들도 있는데요. 사실 이런 골퍼와는 한 홀을 도는 것도 고역인 경우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위 내용을 보시고 떠오르는 동반자들이 있으실 텐데요.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나 자신이 저 부류에 속하는 것은 아닌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의 잘못은 쉽게 보이고 잘 찾아낼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플레이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에티켓과 매너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할 때 비로소 내 플레이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PGA 투어의 'Play with Honor'

프로 골프에서도 에티켓과 매너의 문제는 중요합니다. 상금과 랭킹을 위해 경쟁하는 프로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경쟁의식이 생겨날 수도 있고, 지나친 승부 근성으로 인해 멘탈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이니만큼 아마추어 골퍼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자질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PGA의 'Play with Honor'라는 일종의 캠페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명예롭게 플레이하기"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텐데요. 게임의 전통과 에티켓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플레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플레이 순서를 존중하고(이전 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Honor"라는 표현이 주어지는 것도 관련이 있을 듯합니다.), 다른 이들의 진행을 늦추지 않는 속도로 플레이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이는 크게 3가지 분야를 강조하는데,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함께 적용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패트릭 리드 선수는 뛰어난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골프 규칙의 적용과 관련되어 바람직하지 못한 몇 가지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 자기 규제와 정직성: PGA 선수들은 자신의 실수나 규칙 위반을 스스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우승이나 상금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정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은 골프의 "Honor" 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볼이 미세하게 움직였을 때, 아무도 보지 않았더라도 스스로 페널티를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골퍼들을 오래 기억하는 것도 이 때문이겠죠?
  • 적절한 플레이 속도 유지: 너무 느린 플레이는 뒤 조의 진행을 방해하고 전체 경기의 리듬을 깨뜨립니다. PGA 투어에서는 "플레이 속도" 정책을 통해 선수들이 적정 시간 내에 샷을 진행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느린 경기 속도로 악명 높은 몇몇의 선수가 좋은 동반자로 인식되지 못하는 예는 국내외에 너무나 많습니다.
  • 코스 관리와 존중: 디봇(잔디 조각)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벙커를 고르게 정리하며, 그린의 볼 마크를 수리하는 등의 행동은 코스와 다른 선수들을 향한 존중의 표시입니다. 코스의 상태가 자신이 치기 전과 후가 같아야 한다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골프를 하는 것이 명예로운 플레이입니다. 

사실 우리가 선수를 기억할 때, 선수들이 샷에서 큰 실수를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그 샷의 순간을 오래 기억하지는 않습니다.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매너와 에티켓이라는 측면, 경기 규칙의 준수라는 점에서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면 안 좋은 이미지로 '낙인' 찍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OB로 볼을 보낸다고 해서 '나쁜 골퍼'로 인식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규칙을 위반하고 플레이 속도를 지키지 않는 골퍼들은 '나쁜 골퍼'로 쉽게 인식될 수 있습니다.

올 한 해 매너와 에티켓을 위한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좋은 동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골퍼들이 많아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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