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밥 존스 어워드 - 골퍼라면 누구나 꿈꾸는 명예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이름을 딴 '상'이 만들어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특히 한 분야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들에게 주는 그런 상들이 있는데요. 오늘 설명드릴 밥 존스 어워드 (Bob Jones Award) 역시 그런 상 중 하나입니다.

1955년부터 지속된 명예 - 밥 존스 어워드

이 상의 역사는 7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예의와 정직함을 중시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골퍼들이 동의하실 텐데요. 이러한 골프의 정신을 가장 잘 대변하는 상이 바로 미국골프협회(USGA)가 수여하는 '밥 존스 어워드(Bob Jones Award)'입니다.

이 상은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마추어 골퍼로 평가받는 로버트 티어 존스 주니어(Robert Tyre Jones Jr.), 일명 '바비 존스'의 이름을 딴 것으로, 그의 스포츠맨십과 인격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골퍼에게 주어지는 상들은 골퍼들의 '퍼포먼스'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균 최저타수 상이나 랭킹에 의해 주어지는 상들이 대표적입니다. 그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골프라는 산업 그리고 게임 자체에 대한 기여도를 바탕으로 주어지는 상도 있습니다.

그러한 대표적인 상의 하나인 밥 존스 어워드의 경우, 이 상의 수상자는 골프 경기에서의 뛰어난 성적보다는, 골프를 통해 보여준 인격과 품위, 그리고 골프 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기준으로 선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원한 아마추어' 바비 존스의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2020년 첫 한국인 수상자 - 박세리

사실 이 상의 존재에 대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데다가, 당시 코로나 사태라는 특수성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2020년 박세리 선수의 밥 존스 상 수상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상이 가진 의미를 보면, '골프'라는 분야에 있어 확고하고 의미 있는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기 때문입니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미국 중심인 점, 그리고 미국 골프협회에 의해 주어지는 상인만큼 80% 이상의 수상자가 미국인입니다. 어찌 보면, 미국인이 아닌 경우에는 받기 어려운 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미국인이 아닌 수상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 닉 프라이스, 게리 플레이어 등 골프라는 분야에서 하나의 굵은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박세리 선수는 이러한 전설들이 받았던 이 밥 존스 어워드를 수상한 것이니, 그녀가 골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의미 있는 주요 수상자들

1955년 이래로 많은 '전설'들이 이 상을 수상했는데요. 대표적인 인물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프랜시스 위메트 (1955) - 첫 수상자인 프랜시스 위메트는 1913년, 20세의 나이로 US 오픈에서 우승하며 골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입니다. 2005년에 제작된 영화인 '내 생애 최고의 경기 (The Greatest Game Ever Played)'가 바로 이 골퍼의 스토리로 만들어진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캐디 출신의 아마추어 선수로, 당시 세계 최고의 골퍼들을 제치고 우승함으로써 미국 골프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알려진 인물입니다. 또한 겸손하고 정직한 품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밥 존스 어워드의 첫 수상자로 선정되기에 충분한 자질을 가졌었다고 평가됩니다.
  • 아놀드 파머 (1971) - 아놀드 파머는 '킹(King)'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골프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입니다. 그는 텔레비전 중계 시대의 도래와 함께 골프를 전 세계적인 스포츠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파머는 골프 코스에서의 뛰어난 실력뿐만 아니라, 그의 팬들과 교감하고 골프 발전을 위해 헌신한 공로로 이 상을 수상했습니다.
  • 바이런 넬슨 (1974) - 바이런 넬슨은 1945년, 단일 시즌에 11개 대회 연속 우승을 포함해 총 18승이라는 믿기 힘든 놀라운 기록을 세운 레전드 골퍼입니다. 밥 존스 어워드를 받은 배경에는 이러한 실력 이외에도 은퇴 후 골프 발전과 자선 활동에 대한 헌신 때문이었는데요. 특히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대회에서는 많은 자선 기금을 모금하는 대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 벤 호건 (1976) - 벤 호건은 심각한 자동차 사고 이후에도 불굴의 의지로 복귀하여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불굴의 챔피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1949년 교통사고로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지만, 꾸준한 재활 훈련으로 복귀하여 1953년에는 마스터스, US 오픈, 브리티시 오픈을 모두 제패하는 '호건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1976년 골프에 대한 그의 투지와 헌신으로 이 상을 수상 했습니다.
  • 잭 니클라우스 (2015) - '골든 베어'라 불리는 잭 니클라우스는 메이저 대회에서 18회 우승이라는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골프의 전설입니다. 그는 경기 중 정직함과 공정함을 항상 강조했다고 알려지는데요. 그는 타이거 우즈가 나오기 이전에 골프라는 스포츠를 한 차원 높은 수준, 그리고 대중의 관심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이 상을 수상했습니다.
밥 존스 어워드를 수상한 여자 골퍼들의 모습, 박세리 선수의 모습이 보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상 - 페인 스튜어트 (Payne Stewart) 어워드

밥 존스 어워드가 USGA라는 미국 골프 협회의 주관으로 주어지는 상이라면, 페인 스튜어트 어워드는 PGA 선수만이 받을 수 있는 상입니다.

이 상 역시 '페인 스튜어트'라는 골퍼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상인데요.

페인 스튜어트는 99년 US Open을 우승한 4개월 후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비극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골프 매너 그리고 에티켓에서 가장 귀감이 되었던 페인 스튜어트는 잘 생긴 외모와 더불어 특유의 복장으로 인해 많은 눈길을 끌었던 골퍼였습니다.

이러한 그의 업적을 기리고 그를 추모하기 위해서 2000년부터 ‘페인 스튜어트 어워드’가 수여되고 있는데,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고,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골퍼들이 선정 대상이 됩니다.

이제 골프 시즌이 곧 시작되는데요. 골프라는 스포츠가 가진 가치를 생각해 보면 단순한 실력보다도 골퍼가 가진 인성과 헌신 등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밥 존스 어워드와 같은 상들이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수상자들이 왜 존경받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죠?

올 한 해, 타수에 연연하는 골퍼가 되기보다는 조금 더 매너 있고 품격 있는 골퍼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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