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골퍼들은 왜 골프장 난이도를 다르게 느낄까?

"난 이 골프장만 오면 5타는 더 나오는데, 왜 내 동반자는 비슷하게 치는 거지?"

이런 생각 든 적이 있지 않으세요? 특정 골프장에만 오면 작아지는 나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골프의 절대적인 난이도와 상대적인 난이도

분명 골프장에는 난이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얼마 전 설명드린 코스 레이팅은 스크래치 골퍼가 기대할 수 있는 평균적인 스코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어찌 보면 이는 ‘절대적인 난이도’의 기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크래치 골퍼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고수들이 느끼는 난이도가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미터쯤 거리에 페널티 구역이나 벙커가 모여 있다면 티 샷 비거리가 200미터 정도인 사람에게는 아주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220미터 정도 보내는 사람이 있다면, 심리적인 위축감은 들 수 있을지언정, 실제로 그 골퍼에게 200미터 주변의 장해물이 문제가 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180미터 정도쯤 치는 사람에게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죠. (물론 약간 자존심은 상하지만 말이죠.)

그래서, 골프장에는 ‘상대적인 난이도’가 존재합니다. 바로 슬로프 레이팅 (Slope Rating)입니다.

골프장 설계에 있어, 난이도에 대한 고민은 꽤나 중요합니다. 무조건 어렵거나 쉬운 골프장을 선호하지는 않기 때문에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슬로프 레이팅 (Slope Rating) - 스크래치 골퍼와 보기 골퍼가 느끼는 상대적인 난이도 차이

코스 레이팅이라는 단어는 이제 익숙해진 골퍼들이 많으실 텐데요. 슬로프 레이팅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용어입니다.

제가 지인들에게 이 단어를 이야기하면, ‘슬로프(Slope)‘ 즉 경사에 관련된 단어를 연상하기 때문에 골프장의 높낮이 차이 등으로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국내에 산악 지형의 골프장들이 많다 보니, 이와 연관 지어서 골프장의 난이도를 생각하는 분들이 계셨던 거죠. 사실 이 역시도 꽤나 합리적 추론이지만, 실제로 이 용어는 다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슬로프 레이팅(Slope Rating)은 바로 보기 골퍼와 스크래치 골퍼가 느끼는 ‘상대적인 난이도’ 차이를 말합니다.

이 계산식은 너무 복잡해서 사실 설명하기도 좀 어렵지만, 숫자가 원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슬로프 레이팅은 일반적으로 55~155 사이의 숫자로 표기됩니다.

만약 슬로프 레이팅이 155에 가깝다면 보기 골퍼와 스크래치 골퍼가 느끼는 코스의 난이도 차이가 크다는 것이고, 55에 가까우면 상대적인 난이도 차이가 적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골퍼들의 사례처럼 어떤 골프장은 실력이 높지 않은 골퍼들에게는 유난히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는 Slope Rating이 높은 골프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로, 평균 Slope Rating은 113 정도이니, 이 숫자를 기준으로 높은 레이팅을 가지고 있다면 상대적인 난이도가 차이가 높다는 것이고, 낮은 숫자라면 변별력인 낮은 골프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스 레이팅에 대한 인증을 받은 골프장이라면 일반적으로 스코어 카드에 코스 레이팅과 슬로프 레이팅이 함께 표기됩니다. 아래 토리 파인즈 골프장의 예처럼 78.8/148과 같은 식으로 정보가 제공됩니다.

U.S. Open 등이 열리는 명문 코스인 토리 파인즈 사우스 코스의 스코어 카드, Black의 경우 코스레이팅은 무려 78.8, 슬로프 레이팅은 148에 달합니다. 절대적인 난이도와 상대적인 난이도가 모두 높은 코스입니다. <출처: 토리파인즈 홈페이지>

골프장 난이도를 제정하는 10가지 기준

절대적 혹은 상대적 난이도를 떠나서 골프장의 난이도를 정하는 데 있어서는 일반적인 기준들이 있습니다.

KGA와 USGA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이러한 기준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와 장해물 요소로 구분되며, 그 주요 항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 롤, 홀의 높낮이 변화, 도그렉 / 강제적인 레이업, 바람, 고도
  • 장해물 요소 - 지형, 페어웨이, 그린 타겟, 벙커, R&R(Recoverability and Rough), 홀을 가로지르는 장해물, 병행장해물, 나무, 그린 표면, 심리적 영향

이 각각의 개념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설명을 드릴 텐데요. 대부분 우리가 골프장이 어렵다 쉽다를 생각할 때 '연상'해 볼 수 있는 요소들이긴 합니다.

일반 골퍼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거리'라는 측면에서 난이도를 느낄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로는 골프장의 레이 아웃 자체, 즉 어떤 장해물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서도 난이도의 차를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은 골프장의 상대적인 난이도 차를 확인해 보았는데요. 골프장의 난이도를 안다고 해서, 뭔가 대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이 플레이할 코스에 대한 사전 정보를 취득한다는 측면에서 한 번쯤 그 정의와 의미하는 바를 고민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플레이할 골프장에 대한 정보도 꼭 한번 확인해 보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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