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시즌입니다. KLPGA의 국내 개막전도 시작되었고, 어느새 잔디도 조금씩 원래의 색을 찾아가는 요즘입니다.
골퍼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가지고 골프를 즐깁니다. 그것이 플레이 스타일이건,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느냐 하는 복장의 관점이건 말이죠. 이러한 스타일로 인해 가끔은 별명이 붙기도 하는데, 이 별명이 그 골퍼를 상징하는 의미를 갖게 되기도 합니다.
선수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는 별명들
국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선수 중 한 명인 황유민 선수는 '돌격대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지 않은 체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비거리를 보여주며, 이러한 비거리를 바탕으로 파 5 홀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홀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직접 홀을 공략하기도 하죠. 탁월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그녀의 플레이가 무모하다는 느낌보다는 '공격적'이다 혹은 '멋지다'라고 느끼게 됩니다.
KLPGA의 김수지 선수 역시 재미있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바로 '가을의 여왕'이라는 것입니다. 유난히 가을 시즌부터 성적이 좋아지기 때문인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건 김수지 선수에게 가을 시즌에는 분명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게 만드는 긍정적인 별명이 아닐까 합니다.
해외의 유명 골퍼들 역시 별명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어느 정도 성적이 뒷받침되는 선수들이 별명을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스타성이 있다는 것이고, 그러한 별명이 회자될 만큼 팬들에게 인상 깊은 플레이를 보여줬기 때문일 겁니다.
'타이거' 우즈도 본명이 아니다
누가 뭐래도 최고의 골프 선수인 타이거 우즈, 아마도 그의 이름을 '타이거'로 부르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타이거 우즈의 본명은 엘드릭 톤트 우즈(Eldrick Tont Woods)입니다.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Earl Woods)는 베트남 전쟁에서 복무한 경력이 있는데요. 당시 친했던 남베트남군의 부엉 당 퐁(Vuong Dang Phong)이라는 사람의 별명에서 '타이거'라는 이름을 따왔다고 전해집니다. 얼 우즈는 존경과 우정의 의미를 담아 아들에게 어릴 때부터 "타이거"라는 별명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실제 이름보다 훨씬 더 널리 쓰이게 된 것이죠.
타이거 우즈만큼은 아니지만, 별명 자체가 그 선수를 대표하는 골퍼들의 예는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 스타일, 스윙 스타일, 혹은 외모로 인해 붙여진 별명들이 대부분입니다.
- 잭 니클라우스: "The Golden Bear"
잭 니클라우스의 고등학교 시절 별명이 'Golden Bear'였는데, 이는 그의 고등학교 팀의 마스코트가 곰이라는 점, 그리고 그의 금발머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프로 데뷔 후 그의 강력한 힘과 금발의 이미지가 더해져 전설적인 별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그렉 노먼: "The Great White Shark"
호주 출신의 그렉 노먼은 1981년 마스터스에서 강렬한 경기력을 선보이자, 호주의 상징적 동물인 백상아리(Great White Shark)의 이미지와 겹쳐져 미국 언론이 붙여진 별명이라고 합니다. 특히 그의 공격적 플레이 스타일과 날카로운 인상 때문에 잘 어울리는 별명으로 평가받습니다. - 아놀드 파머 ("The King")
골프의 대중화를 이끈 압도적 인기와 영향력으로, 팬들과 미디어가 자연스럽게 붙여준 별명입니다. 보통 골프 황제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더 킹'이라는 용어 자체가 뭔가 좀 더 임팩트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마치 'The Open'이라는 대회명처럼 말이죠. - 어니 엘스 – "The Big Easy"
어니 엘스는 큰 체격과 부드러운 스윙으로 인해 "The Big Easy"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의 스윙을 보면 정말 '쉽고 부드럽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이 별명은 1997년 US 오픈 우승 이후 테일러메이드의 마케팅 담당자였던 마크 킹(Mark King)이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필 미켈슨 (Phil Mickelson) – "Lefty"
필 미켈슨은 오른손잡이지만, 어릴 적 오른손잡이인 아버지의 스윙을 거울처럼 따라 하며 왼손으로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Lefty"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 벤 호건 (Ben Hogan) – "The Hawk"
불굴의 의지를 가진 골퍼로 칭송받는 벤 호건은 그의 날카로운 집중력과 철저한 연습 태도로 인해 "The Hawk"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이 별명은 그의 냉철한 성격과 정확한 플레이 스타일을 반영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게리 플레이어 (Gary Player) – "The Black Knight"
게리 플레이어는 경기 중 항상 검은색 옷을 입는 것으로 유명하여 "The Black Knight"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이 별명은 그의 독특한 복장 스타일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키는 크지 않지만, 미스터 피트니스라고 불릴 만큼 자기 관리가 필요한 게리 플레이어에게 뭔가 잘 어울리는 별명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별명을 가지고 있나요?
아마추어 골퍼들의 경우는 앞서 언급한 '전설'과 같은 별명을 갖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런데 가끔 필드에서 농담처럼 주고받는 말이 별명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심하게 플레이하는 사람에게는 새가슴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하며, 일부 스킬에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달인'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합니다. 티샷의 달인, 퍼트의 달인 등이 대표적인 것이죠.
그런데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의 별명이 붙여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당사자는 모르는 별명이 붙는 경우가 특히 그렇죠. 여기에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아주 심한 별명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그 별명을 만들어낸 플레이 스타일 덕분에 동반자로서의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건전하고 긍정적인 별명은 골프를 더 즐겁게 만들어줍니다. 부정적인 플레이를 강조하는 별명보다는, 자신의 강점이나 목표로 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반영한 별명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슬라이스가 많이 나간다고 "슬라이서"라고 부르기보다는, 개선하고자 하는 모습을 담아 "스트레이트 슈터"와 같은 별명을 목표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쓰리 퍼트를 많이 하는 쓰리 퍼터라는 별명이 있다면, 내가 노력해서 '퍼팅의 달인'이라고 별명을 갖겠다고 다짐할 수 있는 것이죠.
반대로 자신을 퍼팅의 달인이라고 말하고 나면, 그 목표를 위해서 좀 더 노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말이 창조의 힘을 가졌다'는 표현을 믿는다면,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별명으로 미리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골프장에서 만나는 동반자들과 함께 서로의 플레이 스타일을 존중하고 재미있는 별명을 지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전에 나 스스로 어떤 별명으로 불리고 싶은지 고민해 봐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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