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만우절이에요. 어릴 때부터 거짓말 때문에 엄마한테 그렇게 맞고도 여전히 그 버릇을 고치지 못했어요. 다만 약간의 합리화를 하고 넘어가자면 누군가에게 사기를 치거나, 음해하는 거짓말은 하지 않아요. 그런 거 있잖아요. 알고 있었는데 모른다고 하거나, 하고 싶었지만 별로 안좋아한다고 하거나, 밥 먹었냐는 엄마의 질문에 먹었다고 하는 그런 거짓말이요.
그러고 보면 늙어가면서 거짓말의 대상은 타인보다 제 자신일 때가 많아요. 싫은데 좋다고 해야 할 일은 줄어들지 않고, 죄송하지 않지만, 죄송한데요 하면서 말을 시작해야 할 일이 왜 그렇게 많은 건지, 때로는 잘 살고 싶으면서 죽고 싶다는 거짓말도 해가면서 만우절이 필요없을 정도로 이미 충분히 많은 날 많은 순간을 거짓말로 채워가고 있어요.
모순 그 자체인 것이, 세상에서 가장 속이기 쉽지만 가장 어려운 대상은 나 자신인 것 같기도 해요. 난 지금 행복해, 라고 한들 제가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지만, 죽고 싶어, 라고 생각한들 그걸 제가 믿어 줄 일은 없으니까요. 아무튼 오늘도 여전히 거짓말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만, 꼭 지켜져야 할 진실들이 쉽게 무너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