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탱고>의 카메라는 (대부분) 패닝 혹은 클로즈업 촬영을 지향한다. 카메라의 패닝은 극 중 인물들이 완고하게 버텨내는 지독한 생이라는 감각을 관객들도 체감케 하기 위한 시간의 장력으로써 활용되며, 클로즈업은 그러한 시간의 장력을 굳이 지루하게 늘려보려는 감독의 자의가 투영된 창작자의 손아귀가 된다. 여기서 우리는 '굳이'라는 의미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10분이면 끝낼 시퀀스를 굳이 1시간까지 끌고 가는 감독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영화 속 그들의 삶은 고루하고 나태하며 고로 무의미하다. 무의미한 삶의 연속. 마치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의 바늘이 피부의 살갗을 뚫고 심장을 후벼파는, 그러니까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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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hird Wife 2018
그녀의 굴곡진 벌거벗은 육신 위로 불결하게 미끄러지는 달걀노른자, 그리고 이내 달걀노른자를 닮은 밤하늘 달의 빛을 서서히 잠식해가는 새벽의 어둠. 그렇게 그녀의 삶은 부조리한 사회의 거름이 된다. 남성이라는 위대한 존재 아래 여성이라는 하찮은 생물이 있다고 믿는 세상, 여성의 몸이 곧 남성의 욕망을 위한 상품이 되는 세상, 그러한 부조리한 행태가 당연하다고 치부되는 세상, 그러한 사회의 불온한 모습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세상. 자연이 빚어낸 풍경의 아름다움이 줄곧 시선을 매혹하지만, 그 내부에 짙게 깔려 있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아름다움이 소실된 실존의 연속으로 얼룩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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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l to Hell 2022
학교폭력이라는 하나의 주제에서 출발하여 가해자의 일방적인 자기 구원, 종교의 모순적 시스템, 믿음의 부패, 변하지 않는 악 등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까지 기어이 파고들고야 마는 각본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이러한 도발적인 사회고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복합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한 일차원적 이미지들의 나열과, 그로 인해 영화 특유의 감성을 관객들에게 오롯이 전달하지 못한다는 빈틈은 분명 아쉬운 성과이다. 그러나 당장 본인의 삶이 불행하기에 다른 이의 삶 또한 망치겠다는 악마적 발상에 대한 저격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 꼭 필요한 일침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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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ud 2024
어쩌면 21세기의 <큐어>가 아닐까. <큐어>가 생각날 수밖에 없는 요시이와 조수의 관계. <큐어>로 치자면 타카베와 쿠니오의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쿠니오가 일종의 최면을 통해 타카베의 일상에 내재되어 있던 폭력성을 일깨워 주는 존재였다면, <클라우드>에서는 조수가 쿠니오의 자리를 대체한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요시이는 타카베의 영혼을 공유하는 셈이 된다. 처음이 어렵지 한 번의 시도를 거치고 나면 이제는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말처럼, 요시이는 서서히 총을 다루는 법에 익숙해진다. 공이치기를 젖히고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발사되는 총처럼, 폭력의 표출 또한 딱히 복잡한 과정을 요하지 않기에.
<클라우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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