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엔딩이다. 당연히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레드 로켓>에서와 비슷하게, 누군가(아마도 아노라)가 도시를 달려나가고 이를 렌즈 플레어가 난무하는 화면으로 담아낼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장면이 영화의 말미를 장식할 줄 알았다. 영화의 엔딩은 분명 중요하다. 관람 종료에 가장 가까운 시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렇다. 많은 좋은 영화들이 엔딩에서 무언가를 터뜨리거나, 주제를 함축해서 보여주는 등 힘을 준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아노라>의 엔딩은 의아할 정도로 힘이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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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라>는 엔딩에 힘을 뺀 상태로, 초반부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선택을 한다. 아노라가 결혼하는 순간까지, 영화의…

해체주의 서부극이란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수정주의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유레카>에는 서부극의 공기와 기운만이 희미하게 부유한다. 억압, 죽음, 허무의 정서가 영화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을 뿐, 영화는 서사와 시간, 공간을 모두 해체해서 흩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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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있어 보이기도, 없어 보이기도 하는 네 개의 이야기는 서부극의 재료로 약하게 연결돼있다. 첫 번째 이야기(영화 속의 서부극)와 두 번째 이야기(경찰의 이야기)는 영화와 현실의 관계처럼 느껴진다. 두 번째 이야기와 세 번째 이야기(세이디의 이야기)는 구조적인 유사성을 띈다. 공허하게 반복되는 폭력적 음성(오줌이 마렵다는 징징댐, 경찰을 호출하는 무전)과 범죄가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