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vorite films
Don’t forget to select your favorite fil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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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미학으로 받아들이던 무모한 멋으로 받아들이던 간에 (적어도) 장르영화의 외피를 가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급진적이고 일탈적인 연출인 것은 확실하다. 필름 느와르에 대한 오마주를 바치고 있음에도 결과적으로 필름 느와르의 규범을 자유롭게 해체한 작품이 되었을 뿐 아니라, 미묘한 불안의 공기를 담은 즉흥적인 이미지와 그 공기를 진동시키는 변박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편집으로 서로 미끄러지는 관계의 실존적 권태가 장면들에 낭만적으로 새겨져있다.
인간 군상극의 다중 서사를 연출하는 데 있어 영화사상 최고의 경지 중 하나. 영화는 한 쇼트 안에 시각적인 요소들의 꼼꼼한 배치를 통해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첩시키거나 충돌시켜 긴장감을 자아내는데, 매우 많은 대사뿐만 아니라 비주얼스토리텔링적으로 매우 풍성한 쇼트들이 끝모르게 연쇄되면서 격정적인 아이러니의 굉장한 블랙홀을 창조해낸다.
성범죄자가 된 연예인을 ‘덕질’했던 한 팬이 만든 다큐라는 점과 그 연예인들의 일부 팬들은 왜 아직도 그를 옹호하는지에 대한 감독의 질문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감독 자신의 흑역사가 된 과거 덕질을 스스로 자조하는 유머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데 그게 묘한 공감대를 자아낸다. 의도했던 질문에 대해서 다큐는 답을 내는데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지만, 오히려 감독은 다른 팬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 팬들을 자신의 거울로 삼게 되면서 팬덤 문화에 대한 애정이 녹아든 사유에 다다른다. 아이돌 문화에 익숙해지며 자랐던 90년대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근원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본다면 영화 외적으로 흥미로운 지점이 있고 영화 내적으로도 뭉클한 구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