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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laration of Fools 1984
“바보 동칠이와 육덕이 같은 조상들이 계셔서 우리나라는 행복합니다.”
물론 검열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겠지만, 80년대 한국 영화는 유신 정권 이전의 구슬픈 작품들보다도 희화화가 특히 두드러지는 인상이다. 문제는 독특한 형식만 남을 뿐 같은 땅에서 만들어진 이전의 수많은 이야기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역효과도 동시에 체감해야 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극 내의 영화 감독은 ‘활동사진 멸종위기’를 자각하며 투신을 행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악에 받친 몸부림으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던 현실의 영화인이 죽지 않고 아득바득 살아남아 독재 찬양자로 남게 되었다는 점이야말로 영화보다 더한 코미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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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e Old Song 1997
뮤지컬 장르의 영화는 인물들의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거나 극중 결정적인 순간에서 갑자기 노래로 설명하는 태생적인 특성 때문에 종종 인위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오명을 받고는 한다. 더군다나 알랭 레네 연출의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는 알랭 들롱 & 달리다의 'Paroles… Paroles…'나 제인 버킨의 'Quoi' 등 해당 문화권에서 이미 익숙한 기성 곡들을 대거 끌어들이며, 심지어 극중 인물들이 립싱크로 곡들을 뻐끔거리는 방식을 택했으니 이는 여타 일반적인 뮤지컬 영화보다도 훨씬 작위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독특한 방식을 취함으로써 음악이 우리의 삶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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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key 17 2025
[미키 17]에서 소모되는 건 ‘미키 반즈’뿐만 아니라 이전 작품들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감독의 인장들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것이다.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모난 데 없이 평탄한 무색무취의 작품이었는데, 애당초 투박하고 너저분한 대상에서 미적 감각을 찾는 감독이다보니 그 관심이 다국적 프로젝트나 근미래 SF로 전이되면 오히려 생기를 잃고 평범한 그림이 되고 마는 이중 모순을 안게 된다. [설국열차]·[옥자]에서 제일 흥미가 덜했던 부분이자 유독 영화 내에서 이상하게 집착했던 ‘통역의 가치’마저 이 작품에서는 어영부영 단순히 처리될 뿐이니 웬 미련 없는 송별사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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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ion 2025
데이트 폭력의 후유증을 다룬 [인비저블 맨 (2020)]이나 반려 AI와의 충돌을 담은 [메간 (2022)]과 같이 유사한 기획물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현 시류 속에서 [컴패니언 (2025)]의 출현은 다소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젠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즐길 줄 아는 영화의 자세가 가히 사랑스럽다. ‘프로그래밍’이라는 이름 하에 조건 없이 순수한 사랑을 바치는 AI 캐릭터와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 캐릭터들의 대비는 동일한 문법 내에서 이미 닳고 닳은 소재가 된 와중에, 사실 이 작품은 그러한 공상과학적 설정이 크게 중요해 보이진 않는다.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는 파티 장면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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