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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 Gabbo 1929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요소는 단연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의 존재다. 종종 귀족적인 역할로 스크린에 내비치던 그는 기꺼이 쇼맨이 되기를 자처하며 때로는 거만하면서도 때로는 자기 파멸적인, 어쩌면 커리어와 너무나도 흡사하여 공교롭다고 말할 수 있는 페르소나를 묵묵히 소화한다. 유성 영화가 등장한 지 1년째에 제작된 작품으로서 [위대한 가보] 역시 휘황찬란한 뮤지컬 넘버들이 줄지어 놓고 있지만, 영화는 꼭두각시에 목소리(또는 영혼)를 불어다넣는 '복화술 인형극'의 모티브를 활용하여 인간의 음성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야 하는지 적절한 본보기를 제시한다. 그간의 요란한 공연들이 시청각적으로 충돌하며 음향 또한 인물의 머리를 헤집어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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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laration of Fools 1984
“바보 동칠이와 육덕이 같은 조상들이 계셔서 우리나라는 행복합니다.”
물론 검열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겠지만, 80년대 한국 영화는 유신 정권 이전의 구슬픈 작품들보다도 희화화가 특히 두드러지는 인상이다. 문제는 독특한 형식만 남을 뿐 같은 땅에서 만들어진 이전의 수많은 이야기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역효과도 동시에 체감해야 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극 내의 영화 감독은 ‘활동사진 멸종위기’를 자각하며 투신을 행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악에 받친 몸부림으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던 현실의 영화인이 죽지 않고 아득바득 살아남아 독재 찬양자로 남게 되었다는 점이야말로 영화보다 더한 코미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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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key 17 2025
[미키 17]에서 소모되는 건 ‘미키 반즈’뿐만 아니라 이전 작품들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감독의 인장들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것이다.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모난 데 없이 평탄한 무색무취의 작품이었는데, 애당초 투박하고 너저분한 대상에서 미적 감각을 찾는 감독이다보니 그 관심이 다국적 프로젝트나 근미래 SF로 전이되면 오히려 생기를 잃고 평범한 그림이 되고 마는 이중 모순을 안게 된다. [설국열차]·[옥자]에서 제일 흥미가 덜했던 부분이자 유독 영화 내에서 이상하게 집착했던 ‘통역의 가치’마저 이 작품에서는 어영부영 단순히 처리될 뿐이니 웬 미련 없는 송별사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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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ion 2025
데이트 폭력의 후유증을 다룬 [인비저블 맨 (2020)]이나 반려 AI와의 충돌을 담은 [메간 (2022)]과 같이 유사한 기획물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현 시류 속에서 [컴패니언 (2025)]의 출현은 다소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젠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즐길 줄 아는 영화의 자세가 가히 사랑스럽다. ‘프로그래밍’이라는 이름 하에 조건 없이 순수한 사랑을 바치는 AI 캐릭터와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 캐릭터들의 대비는 동일한 문법 내에서 이미 닳고 닳은 소재가 된 와중에, 사실 이 작품은 그러한 공상과학적 설정이 크게 중요해 보이진 않는다.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는 파티 장면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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